드디어 서울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. 그중에서도 개나리는 진달래와 함께 먼저 봄을 알리며 상춘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. 하지만 개나리를 여유롭게 감상하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찾기는 어렵다.<br /><br />그래서 두 남자가 추천하는 곳이 바로 서울 성동구에 있는 '응봉산과 서울숲'. <br /><br />활짝 핀 개나리를 배경으로 예쁜 커플 사진도 찍고, 가볍게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다.<br /><br />4월 초.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다 성동구 응봉동 부근을 지나노라면 중앙선 응봉역 북쪽으로 개나리로 샛노랗게 뒤덮힌 산을 볼 수 있다. 도심 가운데에 그리 높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산은 해마다 봄이면 사진 작가들이 한 번쯤 출사한다는 응봉산(鷹峯山)이다.<br /><br />응봉산은 바위로 이뤄진 돌산으로 매의 형상의 닮아 과거엔 매봉산으로 불리기도 했다. 봄이 되면 '개나리산'으로 바뀌는 게 응봉산의 매력이다. <br /><br />응봉역에서 정상인 팔각정까지 30분이면 무난히 걸어 오를 수 있고,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다. 그러나 차량으로 정상까지 가는 길은 도로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편이다. 또 산 정상의 주차 공간도 그리 넓지 않으니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. 산 정상의 팔각정에 서면 서울 전역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어 가슴이 트인다.<br /><br />응봉산이 결코 험하진 않지만 나무계단들이 있어 여성이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오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. 자동차로 오르기 보다는 예쁘게 핀 개나리 사이로 난 길을 걸어서 정상으로 가는 편을 택한다면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. 산 정상에 아리수 식수원이 있지만 물을 챙겨 가면 도란 도란 얘기하며 오르다 갈증을 느끼게 된 데이트 상대를 배려해 줄 수 있겠다.<br /><br />응봉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. 먼저 한남동에서 출발하면 개나리 사이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게 된다. 응봉역에서 가자면 자동차 도로를 따라 정상 아래까지 간 뒤 계단길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. 그리고 행당동 아파트 단지의 샛길과 금호동 방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이용해 산을 오를 수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.<br /><br />개나리는 눈으로 감상만 하기 보다는 연인과 함께 사진에 담아야 제 맛이다. 응봉산을 오르다 보면 개나리를 배경 삼은 장면을 담으려는 연인들의 분투를 쉽게 볼 수 있다.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'셀카'를 찍어도 좋겠지만 이 곳엔 출사 나온 전문 사진가들이 많으므로 '전문가 포스를 내뿜는' 등산객에게 촬영을 부탁하면 기대 이상으로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.<br /><br />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전문가들이 풍경을 담는 지점들이 있다. '전문가'들의 동선을 눈여겨 보면서 이런 곳은 놓치지 말고 들러 사진을 남겨 두자. 특히 산 아래로 강을 끼고 달리는 열차와 함께 풍경 사진을 찍으면 금상첨화. 또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서울 강남 시가지의 불빛이 한눈에 담기는 야경은 카메라 셔터속도만 낮춰서 찍으면 어느 곳을 찍어도 그림이 된다.<br /><br />응봉산 북동쪽 기슭에 인공암벽이 설치된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. 평소 암벽등반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도전해 새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. 등반 전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은 필수.<br /><br />응봉역에서 뚝섬방향으로 20분 가량 걸어가면 '뉴욕 센트럴파크'나 '영국 하이드파크'에 버금가는 '서울숲'이 있다. 서울숲 안엔 다양한 주제의 공원과 시설이 준비돼 있어 응봉산 나들이후에 이 곳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.<br /><br />이 곳에는 특이하게 파스타를 테이크 아웃 해주는 식당이 있으니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용해 볼만 하다.<br /><br />벚꽃과 함께 일 년에 한 번, 그것도 아주 짧게 즐길 수밖에 없는 응봉산 개나리 데이트는 4월 초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. 오는 4월 12일부터 '응봉산 개나리 축제'가 시작되면서 개나리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니 이 코스를 가보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.<br /><br /> [내레이션 : 강종민]